우리가 만난 건 작년 이맘때, 막 벚꽃이 필 시기였다.
내가 갔던 놀이공원에는 전원우가 있었고 그 이후로는 자세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조건 들이 댔던 것 같다.
지금 생각 해보면 과연 내가 전원우에게 들이 댄 것이 잘한 건지 못한 건지 의문이다.
물론 나도 전원우 없이 아무 것도 못할거라곤 생각 못했지.
-회전목마-
전원우를 만난건 작년 이맘때 쯤 이였다.
친구와 함께 갔던 놀이공원은 사람만 많아서 기다리기만 수십 분 이였고 그렇게 기다려서 탄 놀이기구도 기다린 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못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타고 가자며 줄 섰던 회전목마에서 전원우를 만났다.
기다리면서 고개를 쳐박고 휴대폰을 하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내 눈에 들어 왔던 것이 바로 전원우 였다.
뭐가 묻기라도 했는지 머리를 터는 전원우의 모습은 1차적으로 내가 반하게 했고 자신의 친구와 얘기하며 웃는 모습은 2차적으로, 최종적으로 내가 반하고 행동하게 했다.
왠지 지금이 아니면 다신 전원우를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곧장 전원우에게로 달려갔다.
"저기, 죄송한데 번호 좀 주세요."
나름 진지하게 달라고 했던 번호인데 전원우 친구들의 눈에는 남자가 남자번호를 따는 것이 꽤나 우스웠던 모양이다.
전원우는 어리둥절해 하다가도 이내 한 번 바람빠진 웃음을 하고 나선 내 손에 번호를 쥐어주고 친구들을 데리고 나갔다.
이게 첫 시작이였다.
내 친구는 중간에 무작정 줄을 이탈하는 나를 따라 나왔는지 내 뒤에 있었고 그 길로 우리가 서 있던 자리는 없어졌다. 아까보다 두 배는 길어진 줄 만이 우릴 반기고 있었다. 회전목마는 어느 놀이공원이든 다 있는 놀이기구인데 왜 이렇게 줄이 긴 것인지 이해 할 수 없었다.
"다시 줄 설래?"
"미쳤냐? 너 같으면 서겠어?"
"미안하다. 오늘은 가자."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우리가 간 놀이공원에서 나름 반응이 좋았던 놀이기구라 내심 약간은 기대가 되었지만 기대치를 확인 할 수 없이 우린 헤어져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한 행동은 전원우에게 연락하기 였다. 전원우의 번호를 딴 순간 부터 내 우선순위는 전원우가 되었고 머릿속도 전원우로 가득찼다.
뭐라 보내야할까 고민을 수 십 수 백 번을 해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자 그냥 솔직해지기로 마음 먹었다.
김민규 인생에 먼저 번호따는 날이 오다니, 전원우는 특별하지 않을리가 없다.
놀이공원에서 전원우의 번호를 따러 가는 내 발걸음은 전쟁터에서 적장의 배에 칼을 꽂은 사람마냥 당당했지만, 그 당당함은 그때 뿐. 지금 나는 소녀마냥 두근거리고 설렜다.
[안녕하세요. 오늘 놀이공원에서 번호 받아 간 사람입니다. 집에 잘 들어 가셨나요?]
손을 덜덜 떨며 보낸 카톡은 나름 잘 했다는 생각을 들게 했고 떨림을 주체 할 수 없었던 나는 폰을 쇼파위에 던져놓곤 곧장 샤워를 했다.
샤워하는 내내 어찌나 전원우 생각이 나는지 처음 본 모습부터 내가 카톡을 보낼 때 까지의 모든 하루를 족히 열 번은 떠올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물론 전원우의 답장을 예상하는 것도 빼먹지 않고.
아마 학교다닐 때 복습과 예습을 이렇게 했더라면 상위권은 그냥 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30분 정도 샤워를 하고 나오니 개운했고 아까보다 더 떨리는 것 같으면서 떨리지 않는 것 같은, 그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쇼파 위에 던져진 폰을 슬쩍 흘겨보니 불빛이 반짝반오늘 짝 거리는게 전원우에게서 답장이 온 것 같았다.심호흡을 몇 번하고 화면을 켜니 전원우에게서 답장이 와 있었고 전원우의 답장은 벌써 내 눈에 콩깍지가 씐 마냥 귀엽게 보였다.
[네, 잘 도착했어요! 이름이 민규씨....?]
이름, 나이, 사는 동네 정도만 물어보고 더이상 지체했다간 보고싶어서 앓을 것만 같았기에 염치 불구하고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
보내고 나서 까이지 않을까 고민 했지만 몇시간 뒤에 전원우에게서 온 답장은 긍정의 의미였고 곧바로 장소와 시간을 잡았다.
평소 같으면 정말 살기 싫었을 평일이였겠지만 전원우와의 약속을 기다리는 평일은 세상 가장 행복했고 두근거렸다.
그렇게 3일이 지났을까, 드디어 전원우와 약속한 날아 다가왔다. 평소엔 알람 없이는 도저히 뜰 생각을 않던 눈이 원래 일어나던 시간 보다 1시간은 일찍 일어났다. 꼴에 멋 좀 부려보겠다고 머리에 왁스도 칠하고 향수도 뿌렸다. 전날 저녁부터 무엇을 입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무난하게 검은 슬랙스에
흰 셔츠, 추워질 날씨를 대비해 코트까지 집어두니 내가봐도 봐줄만 했다.
[민규 씨. 도착하셨나요?]
카톡- 하는 소리에 휴대폰을 확인했더니 전원우의 연락이였고 머리는 연신 밀어라며 소리를 질러댔지만 정작 타자를 치는 내 손은 휴대폰 너머의 전원우에게 빛의 속도로 끌려가는 중이었다. 전원우는 참 특별했다.
[네. 도착했어요. 원우 씨 어디 계세요?]
설레는 마음을 달래고 답장을 보내니 전원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 지금 좀 안 쪽에 앉아 있어요.
-네. 입구에서 쭉 들어오세요. 손 흔들고 있는데.
-아 저기있다.
"민규 씨"
카톡의 1이 사라짐과 동시에 전원우에게서 전화가 왔고 당황한 탓에 무조건적으로 받고 말았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전원우의 목소리는 매우 좋았다. 목소리가 좋다는 뜻도 있지만, 그 목소리 덕에 내 기분이 더 좋았다. 번호를 땄던 날 이후로 처음들은 전원우의 목소리는 꽤나 중저음의 목소리였고
침착했다.
짧은 전화를 하는 내내 내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고 전원우의 목소리만 들렸다.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모르겠다. 보나마나 얼빠진 대답만 하고 있었겠지.
드디어 만나게 된 전원우는 처음 만났을 때 처럼 여전히 예뻤다. 아니. 그때보다 더 예뻤다. 내가 그 놀이공원에서 전원우의 번호를 딴 것은 단언컨대 내 인생에서 잘한 일들에 손꼽을 수 있었다.
"멋 부리려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좀 늦었네요. 죄송해요. 원우 씨"
"아니요. 괜찮아요."
아무래도 얼굴을 이렇게 제대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 아예 어색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어색한 기류가 전원우와 내 사이로 흘렀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전원우가 나와 같은 학교 한 학년 선배였고 서로 아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정말 운명이 아닐까 싶다.
이게 전원우와 나의 시작이였고 지금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형, 동생.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었다. 한마디로 난 전원우 없인 살 수 없었다.
그리고 가장 가깝고 소중한 존재로 지내면서 가장 큰 사실을 하나 알았다. 바로, 전원우는 응큼하다는 것.
연인 사이의 손깍지, 포옹, 입맞춤은 어떻게 보면 사랑하는 사이라면 당연한 것이였지만, 전원우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예쁘고 부끄러워지고 가끔은 속된 말로 덮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매번 가슴속에 참을 인을 새기며 참고 또 참았지만, 전원우는 이런 내 모습을 즐기는 듯 했다.
다시 돌이켜 보면 조금은 쪽팔리지만, 처음에는 손 잡는 것도 엄청 떨렸었다. 어떻게보면 전원우가 먼저 잡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첫 데이트를 하는 날, 내가 전원우의 집 앞으로 전원우를 데리러 갔다. 문을 열고 나오는 전원우의 모습을 보고 좋아하고 있으니 전원우는 어느새 내 옆으로 와 나를 툭툭치더니 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나란히 서서 걷는데 전원우가 굉장히 신경 쓰였다.
손을 잡을까, 말까를 속으로 수십번을 외치며 고민하고 있었는데 고민하던 중 무의식적으로 내 손이 스쳤는지 전원우가 나의 손을 덥썩 잡아왔다.
그덕에 놀란 나는 자리에 멈춰섰고 전원우는 내가 멈추는 느낌에 따라 멈춰서더니 부끄러웠는지 앞만 보고 있었다.
뽀뽀도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뽀뽀도 데이트 후에 전원우를 집에 데려다 주는 길에 했고 손 잡고 나서 뽀뽀하기까지 시간이 꽤 길었다. 그래서 그런가 전원우도 나도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전원우의 집 앞에 도착해서 하루 얘기를 하고 들여보내려는데 마침 그 날 가로등 불빛이 너무 예뻤다. 날씨도 좋았고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오물거리는 전원우의 입술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 전원우가 너무 예쁜탓이지. 또 속으로 뽀뽀 할까, 말까를 고민하다보니 시선이 나도 모르게 전원우의 입술에 꽂혔다. 전원우의 입술에 계속 시선을 두다 보니 어느새 전원우의 입술과 내 입술 사이의 거리가 좁아져 있었고 전원우는 그대로 내 입술에 쪽- 하고 뽀뽀를 하더니 떨어져 나갔다.
모든게 처음이 힘들다더니, 뽀뽀가 키스로 이어지기까지는 힘들지 않았다. 천천히 눈을 뜨며 떨어지는 전원우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가만히 놔뒀다간 집에서 후회 할 것이 눈에 선히 보였다. 그래서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내 입술을 갖다 박았다.
입술과 입술만 포개고 오물거리기만 했는데도 어느정도 전원우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전원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술을 머금고 있으니 전원우가 입을 열고 내 입술을 핥았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전원우의 모습에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물러서니 푸흐흐하고 웃는 전원우의 모습에 누가 불을 붙이기라도 한 듯 전원우의 눈에 시선을 내리꽃고 다가갔다. 다시 입술을 머금으니 전원우가 입을 열어줬고 이번엔 자연스럽게 전원우의 입속을 파고들었다. 치열을 훑고 입안 이곳저곳을 간지럽히니 푸흐흐하면서 내빼는 듯 하여도 전원우의 뒷목을 받치고 있는 내 손에는 힘이 들어갈 일이 없었다.
이것이 전원우와 나의 첫키스였고 이때부터 전원우의 여우같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 어렵 듯, 전원우와 나의 첫 섹스도 그리 힘들진 않았다.
전원우와 내가 사귄지 300일이 되는 날 우린 1박2일로 부산여행을 떠났다. 첫 날 부산에 도착해서 전원우와 나는 미친듯이 놀았다.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이라도 되는 듯 유명한 맛집들은 죄다 들렀고 바닷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폭죽놀이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루를 그렇게 피곤하게 놀면 나는 아무일도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전원우의 또 다른 모습은 매번 내 모든 생각을 뒤바꿔 놓았다.
해가 지고 저녁을 지나 밤이 되어 숙소에 도착했던지라 상당히 피곤했고 전원우를 최대한 지켜주는 것이 목적이였던 나는 전원우의 털 끝 하나도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전원우의 털 끝을 건드리긴 커녕 전원우가 나를 건드렸다.
이렇듯 항상 전원우는 나를 놀렸다. 내가 안달이 났을 때는 내가 미치는 모습을 구경하며 좋아했고 전원우 자신이 안달이 날 때에는 내 의견은 묻지 않고 일단 달려들고봤다. 물론 시도때도 없이 전원우에 한해 힘을 키우는 내 아랫도리도 잘못이 있었지만 매번 나를 애태우는 전원우도 참 대단하다.
전원우가 내가 만난 곳과 전원우의 성격은 매우 잘 맞는 듯 했다. 회전목마. 회전목마는 전원우를 매우 잘 표현 해주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주위속에 위아래로 순환운동을 하는 말 처럼 나는 항상 전원우에게 당하느라 전원우 주위에서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 터질 지경이었고 전원우는 위아래로 나를 잘만 놀렸다. 어쩌면 이런 전원우라 더 다행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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