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김민규의 솔로탈출기
흰 꽃이 내리며 이별을 맞았던게 엊그제같은데, 어느새 봄비가 내리고 머리위로 옅은 노란빛이 들었다. 옅게 내리쬐는 햇볕에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신발 아래는 물 한방울 맺혀있지 않았다.
분홍빛 작은 잎들이 수놓은 길을 혼자 걷는건,
참으로 쓸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대는 봄맞이 과모임이라도 하자는 듯 가장 아래에 묻혀있던 톡방을 끌어올렸다. 다들 오랜만에 모여서 얼굴이나 보자! 저 느낌표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골똘히 생각하던 나는 채팅방을 들어가지도 않은 채 핸드폰을 꺼버렸다.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보는 얼굴들 장소 달라진다고 뭐가 있나, 사람들의 모임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가고싶었던 마음이 1도 없었다. 아마, 그랬던 것 같다.
끈질기게 붙어오던 과대의 모습밖엔 안보였던 것 같은데, 내 몸은 이미 여러 사람들과 엉겨붙어 술냄새 가득한 고깃집에 자리하고 있었다. 으으, 머리아파. 모든 술을 거부한 저였지만 공중에 가득한 알코올냄새에 취할것만 같았다. 뇌를 한대 후려친듯한 통증에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싶었던 나는 술에 취해 헤벌레하며 어디가냐 묻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가게 밖을 나와 계단에 털썩, 앉았다.
후우. 두 손가락 사이에 잡힌 하얀 막대 끝으로 구름연기가 피어올랐고, 나는 스읍- 하는 소리를 내며 그 쓰디 쓴 연기를 한번 더 몸안으로 쑤셔넣었다. 짧아진 막대를 검은구두 아래로 짓이겨 불씨를 끄고는 다시 숨을 길게 내뱉었다. 다시는 들어가기 싫은 가게방향으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하이얀 와이셔츠를 검은 양복바지 안으로 살짝 넣어입은 선배가 비틀거리며 가게문을 나와 내 옆에 섰다. 저 선배가,. 이름이 뭐였더라.. 그래, 전원우. 원우.. 같은 과라고 하기 쪽팔릴 만큼 깊은 말 한번 터보지 않은 사이. 얼굴 몇번 마주치고, 인사 몇번만 했던 사이. 선배는 내가 앉아있던 자리 옆으로 다리를 굽혀 앉았다. 으으, 머리를 잡으며 고개를 숙이는 그의 숨에는 술냄새가 지독히도 섞여 있었다.
술 많이 드셨나봐요.
으우., 민, 밍구라 했나..
밍구 아니고 민규요, 민규.
술에 취함을 알리듯 뭉개진 발음에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딱히 편해보이지 않았다. 그럴줄 알았어요, 아까 그렇게 받아 드시더니. 자리에서 눈을 흘겨 봤던 것은 선배가 과대부터 시작해서 주는 술은 거의 다 받아 마시던 모습. 생긴것도 술 잘하게 생기진 않았는데, 고개를 약간 갸우뚱 하다 나몰라 했던 결과는 역시나였다.
선배는 찢어진 눈을 몇번 끔벅, 하다가 곧 머리를 제 어깨로 떨어뜨렸다. 피곤해요? 언제 말 텄다고, 퍽이나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는 내 자신이 내가 봐도 오글거릴 정도였다. 우응., 하며 머리를 조금 움직이더니 그제서야 편해졌다는듯 다시 가만히 숨을 골랐다. 물, 무울..- 갈증이 난건지 혀로 입술을 축이다 검게 감긴 눈을 다시 살짝 떴다. 그리고는, 빨갛게 익은 입술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말랑한 입술이, 제 입술위로 붙었다. 그의 뾰족한 혀가 제 입을 가르고 드러왔고, 곧 두 살덩이가 섞였다.
앞에 있던 분홍빛을 띠는 꽃나무에서 떨어진 잎이 바람을 타고 제 신발위로 떨어졌다. 내 손은 그의 어깨위에 살포시 안착했고, 그의 두 팔은 다소 급하다고 느껴질 만큼 제 목을 감아왔다. 촉,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간 입술이 다시 하여금 붙어왔다. 끊어질뻔 한 이성을 겨우 붙잡고 그의 배 부근 위 허공을 돌고있던 손을 걷었다. 이번엔 저가 먼저 입술을 떼고는 그에게 조심스런 말을 건넸다.
이제 들어갈까요? 눈을 다시 감아버린 그의 어깨를 두어번 살짜금 쳤다. 아까처럼 살며시 뜬 눈이 저와 또 마주봤다. 흐음., 그래. 제 팔을 당겨 잡고 일어선 그가 뒤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술냄새가 여전한 공간이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떨어진 분홍색 꽃잎이 한없이 예뻐보였다.
그게 우리가 보낸 첫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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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태우고 난 다음날은 항상 속이 메스꺼웠다. 어제는 술도 한입 안했는데-.. 침대에 누워 부스스한 머리를 짜증스레 헤집던 중간에 문득 생각났다. 원우 선배, 술김에 한거라 생각하고 신경 안쓰기로 생각하고는 다시 머리를 헤집으며 일어나기 싫음을 온몸으로 표출하다 결국 일어났다. 공교롭게도 과대가 나를 위한건지 오늘은 기분 좋게 공강이었다. 왜 일어났지 하며 또 짜증을 냈다. 모든게 불만이다.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나 할까 하며 노트북을 펼쳤다. 아아 귀찮아-. 내일이 주말인데 뭐라고 지금하냐며 나를 유혹하던 악마들은 떠있다 어느새 사라졌고 나는 노트북을 덮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귀차니즘에 걸린지 오래다.
이런날 애인도 없지, 친구도 없지. 엄청난 솔로를 구원해줄 사람 어디 없나. 손에 가볍게 쥐어진 핸드폰을 뒤적이다 결국 얼굴위로 떨어뜨렸다. 아,아악! 하느님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이 말을 연신 반복하다 모든걸 포기했다. 허기진 배는 어느새 한마리의 거지같이 배고픔을 나타냈고 그것은 곧 냉장고를 열게 만들었다. 하지만 항상 밖에서 해결하는 밥에 냉장고에 뭐가 있으랴. 결국 꾀죄죄한 모습을 씻어내고 집 앞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을 가는 중에도 솔로는 외로웠다. 후줄근한 바지에 슬리퍼 하나 대충 끌고온 저의 눈에는 아마 3쌍정도의 커플이 지나치지 않았나 싶다. 저 남자보단 내가 더 잘생긴거 같은데, 하다가도 외로웠다. 봄이면 벚꽃놀인데, 저것들은 다 가겠지. 개나리가 노랗게 피고 벚꽃이 분홍색 꽃길을 만들고 온 세상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때 나는 편의점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주 외로워서 못살겠네.
민..규?
누구세ㅇ..
안녕!
밝게 인사하는 그는 원우선배였다. 여기서 이렇게 보네, 반가워하는걸 보니 그는 어제 일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것 같았다. 하필 왜 이런꼴로.. 쪽팔림에 그냥 웃어보인다. 어제는 잘 들어갔어요? 응, 잘 들어갔어 헤헤. 할 말이 없어 그냥 웃어보이다 결국 형이 인사를 먼저 건넸다. 나 가볼게 다음주에 보자! 아, 나 전화번호 좀 주라! 핸드폰을 건네는 형의 손에 내 번호를 찍어보냈다. 그가 곧 전화를 걸었다. 내 번호! 간다 안녕!
끝까지 선배는 귀여웠다. 아, 아니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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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선배의 웃는모습이 집에 오면서, 도착까지 잊혀지질 않았다. 원래 그렇게 예쁘게 생긴 사람이었던가.. 인사만 하고 다닐땐 몰랐는데 오늘따라 귀엽고 예쁘고 그랬다. 나 왜이래, 뺨을 여러대 때리며 정신을 차렸다. 컵라면에 받고있던 물이 어느새 강이 범람 할 정도로 채워져있었다. 아씨 내 라면.... 아쉬운대로 물을 덜어내고 뚜껑을 덮었다. 라면은, 밍밍했다.
그렇게 욕나올 정도로 맛없던 라면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쇼파에 몸을 던졌다. 전원을 킨 텔레비전에는 패널들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진행하는 여러 프로들이 한창이었고 얼마 가지않아 곧 흥미를 잃게 만들었다. 연예인들도 참 고생하는구나- 리모컨에 있던 빨간버튼을 눌러버리고는 핸드폰을 뒤적였다. 온갖 벚꽃얘기였다. 진짜 봄이지., 주위에 모든게 핑크빛 로맨스였다. 며칠전에 내 절친도 애인이 생겼다던가-.. 배신때린 나쁜놈. 내일부터 벚꽃축제가 시작이라던데 또 마을이 시끄러울듯 했다. 나도 누구랑 팔짱끼고 단둘이 벚꽃나무 나란한 거리를- 혼자 가야 할 판이었다.
어느새 저녁이 된 시간에 바람이나 쐴까 코트를 집어 들고나갔다. 9시에도 거리는 가게들의 불빛으로 밝았다. 몇발걸음 옮겼으려나, 거리 사이 어두운 구석에 자리잡은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설마 이런데도 커플이 있을까, 하던 내 생각은 어쩜 그렇게도 딱 들어맞는건지 까만 주위에도 분홍색 아우라가 생겼다. 저것들은 놀러나 갈것이지.. 입술을 꽉 물며 제일 안쪽 자리에 조용히 자리잡았다. 아줌마 여기 오뎅하고 소주 한병이요, 질투심에 괜히 들으라고 크게 말했지만 그들은 1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냐.. 역시 커플지옥 솔로천국이지.
총각은 애인 없어?
에에? 네., 외로워여..
아이구, 얼굴은 반반하게 잘도 생긴 것이.
아줌마는 위로하듯 말해주시는 것 같았지만 저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소주를 따르는 내 손마저 너무나 외로워보였다. 별게 다 외롭지, 아냐 커플이 뭐라고 커플이 뭐라고.... 어느새 내가 제 자신을 위로중이었다. 그렇게 소주잔이 비워져갔고 어느새 제 주량인 2병을 넘겨가고 있었다. 총각 그만먹어, 그렇게 먹으면 나중에 일어나지도 못하겠구먼. 소주잔을 한번 더 입으로 털어넣고는 핸드폰에 손을 옮겼다. 두달전에 헤어진 애인이 생각났지만 술마시면서 옛애인한테 전화하는 남자가 제일 민폐라고. 그리고 별로 하고싶지도 않았기에 전화번호부만 위아래로 내리길 반복하고 있었다. 끄트머리에 010을 달고 저장이 안된 번호가 있었다. 아, 원우 선배. 생각없이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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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의 핸드폰이 반짝거리며 노래를 울렸다. 발신인 민규,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선배에- 뭐해여어.. 말꼬리를 늘려 평소보다 한톤 더 다운된 그의 목소리는 누가봐도 꽐라가 된걸 보여주고 있었다. 나, 나 집인데. 갑작스러운 전화에 당황한 원우가 우물쭈물 얘기하자 민규가 다시 한마디 했다. 나랑 놀아- 응? 나와요 얼르은.. 곧 핸드폰이 떨어지듯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선 어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각! 총각!! 두어번 정도 그를 부른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그 아주머니가 전화기를 잡은듯 했다. 거, 총각 아시는 분이어유? 여기 포장마차인데 꽐라가 되서는-. 원우는 어쩌지어쩌지 하다가 결국 찾아가겠다며 얼른 전화를 끊고는 집을 나섰다.
원우가 도착한 곳에는 역시나, 생각했던대로 민규가 테이블에 엎드려 웅얼웅얼하고 있었고, 옆에는 쓰러진 소주병들이 여러개였다. 민규야 일어나자, 몇번을 흔들어 깨웠지만 계속 웅얼웅얼거리고 있었다. 얘를 어떻게 해야하지, 하다가 일단 나가는게 급한것 같아 제 돈으로 계산을 하고는 그에게 어깨동무를 해 얼른 빠져나왔다. 내 돈.. 떠나보낸 몇장의 지폐가 아까웠지만 지금은 그건 중요한게 아닌것 같았다. 민규야 정신차려봐, 일어나 민규야 김민규! 그의 집도 모르는 원우가 할 수 있는건 일단 제 집으로 데려가는것 밖엔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침대로 끌고가 던지듯 내려놓았다. 후 무거워, 뭉친 어깨를 몇번 돌리던 원우가 민규를 보더니 불편해보였는듯 갈색 코트를 벗겨주었다. 이불을 대충 가슴팍 언저리까지 덮어준 원우가 방을 나오려다 다시 뒤로 돌았다. 거실에서 약하게 들어오던 하얀 전등빛과 민규의 까만 얼굴이 묘하게 어우러 졌다. 도톰한 입술은- 아니아니, 뭔 생각을 하는거야. 제 얼굴을 두어번 때린 원우가 방을 얼른 나섰다. 욕실에 들어가 물을 대충 덮어 쓰고 샤워가운을 걸친 후 나온 시간은 어느새 12시를 달려가고 있었다.
흐어어어엉!!! 침실쪽에서 뭔 괴상한 소리가 들리기에 문을 연 광경은 참 대단했다. 쟨 뭔 꿈을 꿔도 저렇게 요상한걸 꾸는건지, 원우의 눈 앞에는 이불에 거대한 킥을 날리며 소리를 지르던 민규였다. 그것도 자면서 어떻게 저러는건지, 신기하게 바라보던 원우가 혀를 몇번 차더니 그가 조용해진 틈을 타 이불을 덮어주기 위해 이불을 잡았는데, 그 순간 이불을 당긴 민규에 의해 그의 코앞에 눕혀졌다. 그리곤 그대로 이불과 함께 안겼다. 야야..! 이거, 이것좀 놔봐 김민규!!! 소리를 지르던 원우에 민규가 표정을 찌푸리더니 더 꽉 안았다. 아프다고!!!! 발버둥을 치던 원우의 다리 마저 그의 다리에 잡혀버리고 원우는 곧 이불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뒤척거리던 민규에 의해 둘 사이에 있던 이불이 스르르, 내려가 버리고 그가 꽉 끌어안은건 원우가 되었다.
민규가 이불에 얼굴을 묻는듯 부비적 거렸다, 현실은 원우의 목덜미에 안착해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원우가 다시 한번 그를 밀어내보려 했지만 힘은 또 뭐 그렇게 쌘건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원우의 목덜미에 민규의 따뜻한 날숨이 여러번 내렸다. 안겨있던 원우도, 그렇게 몇분을 버티다 지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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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안겨서 잠들었던 원우가 소리를 질러댔다. 빨리 비켜 이 멀대같은 놈아!!!!! 아침 8시, 따뜻한 햇볕이 들어올때 원우는 민규에게 여전히 안겨있었고, 비밀을 하나 말하자면 민규는 자는척을 했다. 민규가 원우를 안고있던 한쪽 손을 들어 눈을 비벼보였다. 앞에 보이는 제게 안겨있는 원우에 당황한척은 무슨 눈을 비비던 손을 다시 그에게 얹고는 꽉 안았다. 조금만 이대로 있어요-. 이게 미쳤나!!!!! 발버둥을 치던 원우의 발에 정강이를 맞은 민규가 제 정강이를 움켜쥐고, 원우는 그 틈을 이용해 빠져 나왔다. 빨개진 얼굴로 민규에게 빼엑 소리를 지르던 원우가 계속 다리를 잡고 있던 민규를 보곤 걱정이 된건지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아 민규와 눈을 마주했다. 순간적으로 표정이 밝게 변한 민규가 바닥에 앉아있던 원우의 위로 엎어졌다. 그리곤, 소리지를까봐 완벽히 입을 막은것 까지, 물론 입술로 막았다는게 함정.
고개를 도리질쳐 겨우 민규에게서 얼굴을 뗀 원우가 빨개진 얼굴로 그에게 다시한번 소리를 질렀다. 아직 술 안깼냐?!!? 아뇨 나 멀쩡한데. 그럼 아침부터 왜이래 나한테!! 일단 릴렉스, 소리는 지르지 말고. 릴렉스는 무슨!!!! 얼른 안일어나?! 민규의 어깨를 두어번 치던 원우에 표정을 찡그리던 그가 다시 한번 원우의 입술에 제 입을 떨어뜨렸다.
선배 오늘부터 벚꽃축제 시작이라던데.
그..그래서 뭐!!
같이 가자구요.
같이 가서 사진도 찍고 벚꽃도 보고 맛있는것도 먹고, 저녁엔 선배 집 와서 선배도 먹고? 웃음을 띠던 민규의 얼굴에 원우가 마음같아선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한숨으로 대체했다. 마지막 말만 고치면 될거같은데, 아니 그것보다 나한테 왜이래. 진심으로 궁금해하는듯한 원우에 민규가 그의 볼을 여러번 잡아당겼다. 선배 보기보다 진-짜 눈치 없구나. 그의 말에 발끈한 원우가 내가 뭔 눈치가 없어!! 하며 다시 얼굴을 붉혔다. 선배 나 좋아하잖아요, 그치. 원우를 보며 웃던 민규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무, 무슨! 말을 더듬거리던 원우가 온몸으로 당황한걸 보여줬다. 나 좋아하게 해주겠다는데, 싫어요? 민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원우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한마디 더 건넸다.
나는 선배 안 좋아할거야.
뭔소리야,
음, 사랑한다고.
그러니까, 나랑 연애하자고요. 설마, 이것도 못알아듣는건 아니죠? 원우를 놀리듯 말하는 민규에 진정되있던 원우의 얼굴이 여러번 발그레 했다. 내, 내가 언제 너 좋대? 원우의 말에 민규가 다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피식 웃었다. 안좋아하면 어제 안겨서 잔거부터 이자세로 있는거까지 어떻게 설명할건데요-. 우물쭈물 하던 원우에 민규가 몸을 일으켰다. 생각해보니까 이자세로 고백하는것도 이상해. 나 멋지게 고백하게 일어나봐요. 원우의 두손을 잡아당겨 일으킨 민규가 그의 앞에 무릎 한쪽을 굽혔다. 선배- 나랑 예쁜연애 해요, 내가 평생 지켜줄게. 이번엔 원우가 피식했다.
나도 생각해봤는데 지금은 받아주기 싫어.
그럼 어떻게 하면 받아줄건데요-
그 삐죽 선 머리 눌리구 깨끗이 씻고 나오면 받아줄게.
그렇게 사랑을 이룬 민규의 마음엔 핑크빛 벚꽃이 들어찼다.
기념으로 모닝섹ㅅ,
입 안다물면 죽여버릴거야.
아마 능글거림을 빼면 더 좋아질,련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김민규의 러브스토리는 원우와 함께 다시 시작되었다.
어디서는 소문이 들려왔다, 벌써 세번째 벚꽃축제를 맞이하는 중이라고.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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