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덴마크 코펜하겐 인어공주 동상
*섹스피스톨즈AU
고양이과의 최중종이면서도 알비노즘보다 더 휘귀한 멜라니즘의 검은 재규어. 권능을 손안에 쥐고 태어난 반류임에도 김민규는 반류를 지독히 혐오했다.
강압적인 최중종의 페로몬에 취해 눈을 까뒤집고 혼현을 드러낸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민규의 밑에 깔려있었다. 이성을 잃은 고양이의 난잡한 추태에 성욕이 동할만한데도 민규에게서는 반응이 없었다. 경종치고는 꽤나 알려진 가문이라 돈 좀 만졌다더니 하는 짓이라곤 하나있는 자식을 씨받이로 이 자리에 눕힌 것 자체가 천박했다. 하지만 얼토당토 않는 천박한 짓거리의 시초는 재규어가문이었다.
반류의 자손번식에 대한 집착은 어떤 욕망보다도 악착같았다. 날고 긴다하는 권세 있는 최중종의 가문에서는 첩의 자식들을 이용해 씨뿌리는 사업을 진행했다. 블랙마켓에서는 가장 성행되는 사업이었다. 고객의 대다수는 더 좋은 우성유전자를 받아 자손의 혼현을 개종시키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민규는 재규어가문의 0.01%에 해당하는 최상위 등급의 시종마였다. 민규의 어머니는 재규어 가문의 저택에 고용되어 일을 하던 퓨마 혼현의 중종이었다. 젊은 수장이던 남자의 눈에 띄어 원치 않던 임신을 하게 되었다. 최중종들 간의 교합을 원하던 가문에는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고 자연스레 민규의 어머니는 첩이 되었다. 그 마저도 핍박과 모진 처세에 견디지 못해 시름시름 앓다 젊은 나이에 정신이 나가버렸다. 어머니에게 향하던 핍박과 구박은 어린 민규에게 돌아왔지만 민규가 비교적 어린 나이에 혼현이 발현하면서 노골적인 구박은 사라졌었다.
민규의 혼현은 중종의 피가 섞였는데도 불구하고 그 어떤 최중종보다 순혈같았고 그 때 비슷하게 태어났던 본처의 자식보다 태가 달랐다. 하지만 멜라니즘을 앓고 있는 온 몸이 검은 재규어였다. 예로부터 알비노즘은 순수한 백색이라 지향 받고 추앙받았지만 그 반대인 멜라니즘은 불길한 검은색, 불순한 흑색이라 지탄받고 경시받았다.
선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케이스였다. 저택내 사람들은 무지했고 민규가 자랄수록 짙어져가는 페로몬과 윤기가 나는 흑색의 털로 인해 우러러보면서도 무서워했다. 민규가 쳐다보기만 하면 저주가 내릴 것 같은지 가까이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철철이 민규는 고립되어 자라났다.
민규는 반류들이 다니는 귀족학교로 불리는 사립학교에 가지 않고 원인들과 섞여있는 공립학교에 다녔다. 아무도 민규의 진학문제에 신경을 써주지 않았기에 저절로 나라에서 배정된 학교에 통지서를 받고 가게된 것뿐이었다. 하지만 민규는 이곳에서 반류가 아닌 원인들을 사귀며 반류에 대한 혐오를 더 키워나갔다.
그렇게 피하고 혐오해봤자 지금의 자신의 꼴이 어떠한가. 고작 하는 일이 씨를 뿌리는 일이라니. 페로몬에 압사당해 과도한 쾌락에 실신해 축 늘어진 고양이 혼현의 소년의 몸에서 성기를 빼내었다. 씨를 뿌리기 위한 교합을 하기전 먹어두었던 사정유도제는 효과가 없었다. 고양이 소년에게서 빠져나온 성기는 약의 효과를 보지 못한 듯 축 늘어져있었다. 씨를 뿌리지 못한 것이다. 신물이 밀려왔다. 생리적인 역함이었다.
민규는 연신 삿된 욕을 지껄이며 제 손으로 성기를 세우고 흔들었다. 얼마 가지 않아 단말마의 신음소리와 함께 성기를 감싸 쥔 민규의 굵은 손가락 사이로 정액이 세어나왔다. 소년의 얇은 발목을 잡고 벌려 밀부 안으로 정액이 묻은 손가락을 아무렇게나 몇 번 쑤셔 헤집고는 다리를 내팽개쳤다.
손과 성기를 대충 티슈로 닦은 후 순식간에 입고 왔던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의 정장으로 갖춘 민규가 룸을 나섰다.
순애하는 인어님
항간의 가문에서는 자신을 두고 무저항 복종상태가 아니냐고 예의주시했지만 사실상 자신은 저항불능의 상태였다. 언제 죽어도 아쉬울 것이 없었다.
민규는 가문의 호출에 이른 아침 호텔을 나서자마자 본가로 들어왔다. 긴 대리석으로된 테이블을 두고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항상 민규의 자리는 정해져 있다. 가문의 수장이 앉는 상석로부터 제일 떨어진 먼 곳. 생물학적 아버지였지만 민규에게는 그저 가문의 수장일 뿐이었다. 민규가 어떤 일을 하고 왔는지 알고 있는 형제들은 노골적으로 경멸적인 시선을 보내거나 무시를 했다. 그 경멸하는 이가 온갖 구멍에 뿌리는 씨로 가문의 재정의 1/n을 꾸려나가고 있는 건 알긴 아는 건지, 참 부질없는 곳에 감정 소모하는 덜떨어진 인간들이었다. 형제들과는 달리 경멸심으로 가득 찬 속내를 전혀 드러내지 않은 민규가 자리에 앉았다.
수행원을 동행한 채 수장이 들어서서 상석에 앉았다.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식사자리가 이어졌다. 거의 익히지 않은 것 같은 핏물이 뚝뚝 흐르는 스테이크가 앞에 놓여 있었다. 제법 군침을 동하게 하는 자태였다. 민규는 곧 칼질을 했다. 원인들과 더 가깝게 지낸 탓에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육고기보단 익힌 것이 입에 익숙해졌지만 핏물이 베어 나오는 생고기도 나름의 맛이 있었다. 육질에 감탄하며 다른 생각을 하던 와중 얼굴이 따가워 앞을 보자 수장과 형제들 모두가 민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품위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유치하게 먹는 것 가지고 그럴 사람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의아했다. 한 번도 이런 모임에서 자신이 대두되는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민규가 떨떠름하게 나이프를 손에서 놓았다.
“아버지-! 다시 재고해주십시오.”
“맞습니다. 어떻게 아니, 이건 너무 일방적인 요구이지 않습니까. 가문간의 긴한 협력이라는 표면을 내세워서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요. 이건 저희를 무시하는 것 아닙니까!”
무슨 일이기에 저렇게 열을 내나 싶었다. 고성이 점점 커지는 와중에 수장의 옆에 목석같은 얼굴로 앉아있던 김정호가 입가를 냅킨으로 닦으며 입을 열었다.
“시끄럽구나. 아버지의 뜻이면 다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니. 어찌 한치 앞만 내다보고 이야길 꺼내는 거냐. 경거망동하구나.”
차기수장으로 거론되는 첫째가 입을 열자 다들 짠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멜라니즘과 반대로 알비니즘을 가지고 태어난 첫째였다. 민규와 반대로 하얗게 질린 듯 한 백색의 피부에 피한방울도 떨어질 것 같지 않은 냉담한 얼굴이었다.
“인어가문에서 저 덜떨어진 자식을 요구한 거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손해 볼 것 없는 일 아니더냐.
우리 중 누군가가 인어의 저택으로 들어가 살아야한다면 누가 가겠느냐. 네가 가겠느냐, 정규야? “
형제마다 얼굴에 시선을 주면서 고상한 어조로 이야기하던 김정호가 다시 나이프를 들었다.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만 날뿐 다시 조용해진 식탁위에서 스테이크를 썰다 말고 김정호가 고개를 들어 가장자리의 끝에 앉아있는 민규를 주시했다. 순간 노랗게 번뜩이는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주변의 형제들도 눈치 못챌만큼의 찰나의 순간이었다. 따끔따끔한 살기가 깃든 눈빛에도 맞받아치는 민규의 얼굴은 살기를 눈치 채지 못하는 것처럼 평이했다.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아도 알아들었거라 생각한다. 인어의 저택에서 고맙게도 시중을 온다하니 내일 당장 그 길로 따라나서면 된다.”
갑자기 인어의 저택이라니, 자신을 요구했다고? 오고가는 말 속에서 주워들은 정보로는 설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차피 이 가문에서 장기짝처럼 부려지는 신세지만 어느 자리에 놓아지는 정도는 알아야했다. 이왕이면 버려진 장기짝이 되어 다시는 이 집안과 엮이질 않길 바랐다. 조악한 희망을 쥐고 민규가 입을 움직였다.
“무슨 연유로 제가……”
가장자리에 앉아도 감춰지지 않는 존재가 입을 열자 숨 죽인 척 하던 형제들이 재깍 고개를 돌렸다. 좋지 않은 감정으로 가득한 여러 시선이 들러붙었다. 시선이 찌릿할 만도 한데 관심없는듯한 민규의 얼굴은 거대한 다이닝 테이블을 둘러싼 어느 형제보다 고상하고 우아했다.
“……인어의 저택으로 가게 되는 겁니까?”
민규가 말을 마치고는 입맛이 떨어졌다는 듯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역시 생고기는 입에 맞지 않았다. 특유의 피비린내가 입안을 맴돌아 기분이 좋지 못했다.
“무슨 연유라. 인어가문이 혼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밖으로 나도는 너라도 들었을 거다. 우리가 유력하긴 했지만 보통은 대를 있는 장자가 내정되길 마련이건만 인어 쪽에서 일방적으로 관례를 무시하고 너를 택했다는 이야기다.”
수장의 말에 알 것 없다는 말로 민규를 다그치게 할 생각이었던 둘째가 입을 다물었다. 불안한 시선이 한 곳에 멈추지 못하고 부산하게 맴돌았다.
“왜 너 같은 애를 택했는지 전혀 짐작 가는 바가 없다. 인어가에 연줄을 대려했던 우리 입장에서는 좋아해야할지 말해야할지. 쯧.”
백발이 무성한 노인은 살아있는 반송장 꼴을 하고서도 눈빛만은 여전히 형형했다. 노인의 접시에는 훨씬 얇게 저민 스테이크가 올라와 있었다. 저 정도의 저민 고기 상태면 이에 씹힐까 싶을 정도였다. 이가 듬성듬성 빠질 나이가 되긴 되었다. 그 무섭고 냉혈한 노인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실감이 났다. 오래 살고자는 의지가 부드럽게 여민 스테이크에서 티가 나는게 덧없고 웃겨서 웃음을 감추기 위해 민규는 괜히 냅킨으로 입을 한 번 더 닦았다.
“인어의 권세는 아무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들은 우리 같은 반류 수준이 아니야. 그야말로 신에 가까운 자들이다. 우리 가문의 역린 같던 너를 택했다니, 네 정신 나간 어미의 정신이 획까닥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대수롭지 않게 내뱉던 노인의 말에 민규의 바로 위 고작 나이차가 두 살 터울인 넷째가 전체적인 눈치를 보았다. 어렸을 적 아직 세상을 잘 모르던 시절의 민규의 혼현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유일하게 있던 형제였다. 김정훈은 자존심상 티를 내지 않았지만 민규를 두려워했다. 민규는 그를 가소로이 여겼다. 한번 앞발로 짓눌린 그게 뭐가 그리 어지로운 기억이라고.
노인이 자신을 자극하려던 의도를 지니고 말을 뱉었건 말건 간에 자신을 대놓고 장기짝처럼 여기는 그의 태도에 저항심을 느낄 나이는 지났다. 미쳐버린 어머니가 민규의 곁을 떠난 순간 힘을 잃은 감정이었다.
“어찌됐건 그야말로 신데렐라 같은 꼴이 아니더냐. 누가 너를 데릴사위로 흠을 지면서 데리고 갈까 했는데 그 인어 쪽에서 손을 먼저 내밀다니 세상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피섞인 자식을 뒷돈을 벌이는 수단으로 사용한 주제에 면전에 잘도 역린이어서 자르지 못했다는 소리를 해대는 탓에 귀가 썩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만성면역이 되어있는터라 조금의 티끌조차 얼굴이 일그러지지 않았다. 노인이 헛웃음을 지으며 짧은 식사를 끝내고 수행원을 대동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노인이 자리를 뜨자마자 한마디씩 하려던 형제들이 첫째가 바로 입을 열자 합심한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시종마처럼 천하게 굴지 말거라. 어디서 굴러먹은 티를 내지 말란 말이다. 고분고분하게 인어의 발이나 핥으며 기어라. 그게 네가 그나마 우리의 가문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냐.”
수장이 자리를 뜨자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낸 첫째였다. 까만 털로 태어나 가문의 수치라고 입을 모아 멸시할 때는 언제고 그 검은 짐승이 뭐가 그렇게 눈에 가시인지 모를 일이었다.
첫째의 발언에 힘을 얻은 둘째인 김정식이 거들었다. 민규는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었다.
“혹시 알아? 반려가 될 인어가 그 귀하다는 비늘이라도 줄지. 아니면 인어가 인육을 즐겨한다던데 검은 고기는 맛이 없어 상대도 안할 터이니, 참으로 부럽구나.”
질 낮은 질투가 가득 묻은 말에도 민규의 얼굴 거죽은 변함이 없었다. 취향이 아니라던 핏물이 베인 스테이크는 뱃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난 뒤였다. 씹지 않고서야 노골적인 악담에 미세하게라도 반응을 할까싶어서 기계처럼 삼켰다. 육식동물 혼현 답지 않게 육고기를 섭취하고도 속이 울렁거렸다. 부딪힐 일을 만들기 싫어 예의를 구하고 일어나는 순간까지도 민규의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저택의 사용인들의 업무적인 인사를 받으며 위압적인 큰 문을 나섰다.
저택을 둘러싼 높다란 담을 따라 평이하게 한참을 걷던 민규가 일반 사람들이 다니는 대로변에 다 달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갖춰 입은 쓰리피스 수트차림에 지나가던 행인들이 힐끔 쳐다보았다. 행인들의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민규가 허리를 숙이고 토악질을 했다. 질겅질겅 씹어 삼킨 보람도 없이 소화되지 못한 육고기들이 토에 섞여 아스팔트위에 흘러내렸다. 속을 비워내고도 한동안 민규의 토악질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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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다 하는 식마저도 올리지 않았다. 날고 긴다는 두 집안이 만났음에도 조용히 빠르게 진행된 혼담이었다. 두 집안의 수장끼리 만나 세밀한 세부 계약서까지 작성한 완벽한 정략결혼이었다.
창밖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인어의 저택은 무성한 소문과 달리 음침하지도 괴물의 거처 같지도 않았다. 신의 영역을 탐내다 저주로 괴물이 되어 인육을 섭취한다는 터무니없는 소문들을 달고 다닐 만큼 인어는 미지의 반류였다. 민규라고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솔직히 한 몸 고사하기 바빠 깊게 생각해본 적도 호기심을 가져본적도 없었다. 인어의 저택에서 마중 나왔다던 어린 시녀는 인형같은 얼굴로 조수석에 앉아 창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온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무생물 같았다.
창밖을 바라보는 민규의 얼굴에도 권태로움이 가득했다. 호기로운 성격과 왕성한 호기심, 사람을 잘 따르던 친밀한 성격을 타고 났었지만 자라면서 득이 되지 않다는걸 깨달은 후로 모조리 죽였다. 풍경이 변하고 인어의 저택이 눈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민규의 눈동자가 조금은 반짝였다.
창밖에 저택은 유럽의 고궁같이 아름다웠다. 하얀 장미가 가득한 정원을 지나 여러 사람이 들어가 놀아도 될 만한 대리석으로 된 분수대를 돌아 보닛이 날렵하게 빠진 검은 세단이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민규의 짐은 조촐했다. 캐리어 하나로 충분했다. 어린 시녀가 가냘픈 몸으로 캐리어를 끌기에 빼앗아 대신 끌려고 하자 시녀가 물끄러미 민규를 올려다보았다. 한참의 대치상태 끝에 말도 없이 무언의 눈길로 민규의 손길을 거둬낸 시녀가 캐리어를 이끌고 저택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비록 데릴사위였지만 인어쪽에서 간택한 반려가 왔는데도 시종하나 마중 나오지 않았다. 예의가 아니었지만 민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취급이 익숙했다. 민규의 시선에 보기 드물게 호기심이 깃들었다. 이 넓디넓은 곳에 사람이 과연 살까싶었다. 인기척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자신의 가문의 저택처럼 빛이 깃들지 않아 어둡거나 한 느낌은 아니었다. 마치 식물원처럼 사방으로 크게 난 전면 창에서 밝은 빛이 투과되어 인기척 없는 저택에 온기를 새겼다.
유리마다 스테인 글라스 장식이 되어있었다. 아마 빛이 투과되는 양에 따라 그림을 달리 할 것이다. 인어의 저택 아니랄까봐 사람들이 익히 아는 인어의 모습을 한 여자가 물밖에 나와 달을 바라보고 있는 상투적인 그림이 창에 새겨져 있었다. 유리장식을 따라 민규는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다.
자신의 저택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넓기만 해서 반쯤은 길을 잃어버렸다. 아무도 자신을 찾으로 오지 않는 것이 신기하면서 불편했다. 다시 입구 쪽으로 돌아가기에 늦었다. 이정도 방치수준이면 아무 방에 터를 잡고 눌러앉아 숙식을 해결해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 민규는 눈앞에 무거운 바로크양식으로 꾸며진 문을 열었다. 중세시대에서나 볼법한 천장이 높은 아치형의 서재였다. 서재라기보다는 잘 꾸며진 도서관 같았다. 민규의 키를 훌쩍 넘어선 책장에 수많은 책들이 꽂혀 있었다. 민규가 홀린 듯 방에 들어서자 무거운 문이 저절로 닫혔다. 복도의 끝에서 고개만 배꼼 내민 채 민규가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이가 제 뒤에 서있던 어린 시녀에게 코를 찡긋하며 웃었다. 어린 시녀는 제 주인이 방긋 웃어도 표정이 없었다. 익숙한 일이라는 듯 주인은 다시 등을 돌려 마치 고양잇과 동물처럼 소리를 죽이고 걷기 시작했다.
높다란 아치형 천장에는 바티칸 박물관 같은데서나 볼법한 명화가 조각이 되어있었다. 자신의 집안도 난다 긴다 하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미술관을 통째로 옮겨놓는건 무리였다. 양피지로 된 오래된 가죽커버의 고서부터 제본이 된 현대 도서물까지 책의 역사가 눈앞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정도 장관이면 아무리 책이랑 지척을 졌다 해도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민규는 제 눈높이에 바로 보이는 이 안에서도 가장 오래된 가죽커버로 덮인 책에 시선이 갔다.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외관과 달리 인어공주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이었다. 아마 동화들이 현대적으로 해석되기 직전의 날 것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무거운 책을 한 손에 펼쳐든 민규가 책장에 등을 기대고 심드렁하게 책을 넘겼다.
반류가 아닌 원인을 너무 사랑한 인어가 원인과 같은 시간을 공유한 생을 살고 싶어서 마녀를 찾아갔다. 마녀에게 빌어 원인이 되는 약을 구해 삼키고 비늘이 아닌 두 다리가 생겨나는 고통을 얻고 목소리를 잃었다. 둘은 사랑을 했으나 사랑이 영원하지 않아서 원인이 인어를 떠나가고 평범한 반류가 된 인어는 사랑을 잃어 물거품이 되어버린 이야기가 뻔한 줄거리였다. 책을 낱낱이 보지도 않고 훑어본 민규가 책을 덮었다. 그야말로 사랑하다가 개 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였다. 쓸데없는 감정소모다. 옛날 동화책은 현실적이군. 지극히 부정적인 감상만 머릿속으로 늘여놓았다.
책의 줄거리는 흥미를 끌지 못했지만 인어의 비늘의 효능이 저술된 것은 흥미가 있었다. 온갖 희귀한 반류들의 신체부위들도 등장하는 블랙마켓에도 인어의 비늘이 등장한 적이 없었다. 어떤 밀렵꾼이 감히 인어의 비늘을 만져볼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어는 반류세계의 먹이사슬에서 최상위 포식자였다. 세간에서 알지 못하는 인어의 비늘에 대한 글이라니 지어낸 동화 같은 글이었지만 민규는 나름 흥미롭게 글을 머릿속에 세길 듯 읽어 내렸다.
마음도 몸도 만신창이인 산송장을 살릴 수 있으며 불로불사의 영험한 보약이라고 칭해지는 것은 허무맹랑했다. 시대가 흐르고 과학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돈으로 살릴 수 없는 병들은 많았다. 간혹 마음의 상실로 영혼이 살해당한 인간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무저갱을 건넌다. 명이 끝나는 것보다 불쌍하고 안타까운 것이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이었다. 민규의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인 어미가 딱 그러했다.
‘비늘을 주면 목소리도 잃어버린다고? 고작 목소리 정도면 손해 볼 것 없는 장사군’
민규는 책을 아무렇게나 카펫위로 던져놓았다. 아무도 저를 찾으러 오지 않는 나른한 오후였다.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까마득 잊을 정도로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노곤했다.
책장에 기대 엉덩이를 카펫에 붙인 민규가 보기 드물게 긴장을 풀고 잠이 들었다. 뻣뻣한 던 뒷목에서 힘이 빠지고 고개가 땅아래로 쳐졌다. 잠에 빠진 이에게서 미세하게 나오는 숨소리가 종이냄새가 물씬 나던 서재 안을 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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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아.”
너무 잘 자길래. 못 깨웠어.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평범하게 이야길 걸어오는 것에 놀라 눈을 크게 뜬 민규가 보기 드물게 허둥지둥 거렸다. 아무리 팔려온거처럼 왔다지만 왠만한면 꼬투리를 잡혀 잡음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죽은 것처럼 사는게 목표였다. 눈앞의 이가 저택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몰라 민규는 금방 표정을 추슬렀다.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괜찮아, 괜찮아. 나도 여기서 낮잠 자주 자.”
당연하듯 내뱉어지는 반말에 의문스러움을 가질 여력도 없이 태도가 당당하고 뻔뻔했다. 민규는 습관처럼 상대방의 의중을 알기위해 눈앞의 사람의 눈을 빤히 마주봤다.
“아, 눈동자.”
“?”
키와 덩치를 가늠할 수 없게 쪼그려 앉아 무릎을 팔로 감싸 안고 있던 남자가 대뜸 손가락을 앞으로 뻗었다. 모든 것이 급작스러워 눈 앞머리까지 온 손가락만 주시하고 있다, 살갗에 닿는 체온에 민규가 상체를 뒤로 훅하고 빼버렸다.
찰싹, 쳐내진 손등에 피부가 순식간에 발갛게 달아올랐다. 갑작스럽게 뻗어온 손이 눈가를 건드리기에 본능적으로 나간 행동이었다. 누군가의 손길이 제 몸에 닿는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서 힘을 조절하지 못했다. 손등을 감싸쥔 사람은 맞아본게 처음이라는 듯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민규가 이때까지 마주한 사람들 중 가장 경우가 없고 무례했다.
“갑자기 손을 눈 쪽으로 뻗으면 누구라도 당황합니다. 뭡니까 도대체?”
“그냥, 눈동자가 변하길래 예뻐서 그런 건데. 아파.”
연신 입을 우물거리며 내뱉는 남자는 모자른듯 아프다는 한마디만 반복했다. 하고 있는 행색 또 한 이런 거대한 저택에 어울리지 않았다. 쓰리피스 정장차림 갖추고 있는 저와 달리 흔하디흔한 스포츠브랜드의 트레이닝복과 후드티 차림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넓은 저택이라면 자신의 반려가 될 사람 말고도 다양한 사람이 사는게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 다른 이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아 방심한 탓이었다.
하지만 드디어 등장한 사람이라서 반가워해야하는데 보통 사람들과 달리 어딘가 나사가 빠져보이는 태도에 경계심이 더 드는 건 어쩔 수 가 없는 일이다.
민규가 차림을 다듬고 자리에 우뚝 일어섰다. 목을 갑갑해 느슨하게 풀어놓았던 타이도 다시 고쳐 메었다. 카펫위에 같이 앉아있던 남자가 위를 올려다보았다. 두 손을 모아 바닥을 짚고 있는 것이 꼭 고양잇과 동물 같았다. 인어의 저택에 고양잇과 반류가 있는 건 저 말고 말도 되지 않았으므로 시덥지않은 생각을 접은 민규가 사무적인 말투로 말을 걸었다.
“저택의 주인은 언제 오십니까.”
“모르는데.”
“하, 당신은 여기서 뭐하는 사람입니까?”
“나 여기서 매일 책 읽어. 읽어요.”
존댓말을 별로 써본적이 없는 듯 반말을 쓰고 끝마다 아차, 했다는 듯 존댓말로 정정하는 게 꼭 미취학아동을 상대로 하는 기분이었다. 모처럼만에 단 잠을 자고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복병이 눈앞에 있었다. 대화의 맥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냥 무시하고 서재를 나서려는 민규의 발목이 남자의 손에 붙잡혔다. 다리를 떨쳐서 떨어내기도 전에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반말과 존댓말을 제멋대로 섞어 쓰며 묘하게 어리광을 부리던 남자는 생각보다 멀쑥했다. 장신인 자신보다는 작았지만 훤칠했다. 뼈대가 올곧고 가느다란게 옷감 밑으로도 보였다. 루즈한 옷을 좋아하는 건지 후드티는 넥라운드는 흘러내려 남자의 어깨와 목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민규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무방비하게 드러난 얇고 흰 목으로 향했다. 고양잇과 맹수의 본성이었다.
남자가 내리깔던 눈을 치켜떴다. 눈꺼풀에 힘이 들어가지 않던 눈매가 힘이 들어가니 제법 매서웠다. 민규의 시선을 알기라도 한 듯 자신의 목을 한 손으로 더듬더듬 감쌌다. 민규가 잡고 있는 문의 손잡이위로 손을 겹쳤다. 체온이 높은 민규의 손위로 서늘한 손이 닿았다.
“나는 여기에 자주와. 책을 좋아해. 심심하면 놀러와요.”
길게 빠진 눈꼬리가 웃으니 아래로 휘었다. 입 꼬리가 보기 좋게 올라갔다. 웃는 얼굴이 생각보다 유순했다. 콧등에 주름이 한층 더 어리게 보였다. 제 할 말만 남긴 남자는 민규보다 먼저 문을 열고 자취를 감추었다.
이상한 사람. 민규는 원우에 대한 감상을 딱 다섯 마디로 정리했다. 인어의 저택에 머무른지가 한 달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민규가 저택에서 마주친 건 원우 한 명이 전부였다. 어린 시녀는 유령같이 제 할 일만 하고 사라져 볼 기회가 없었다.
민규는 정원 가운데 분수대에 앞에 허리를 짚고 서 물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투명한 물 너머 가라앉은 원우는 미동도 없었다. 민규의 계속된 저택의 주인은 언제 오시냐라는 물음에 원우는 꾀꼬리처럼 모르쇠로 일관했다. 도리어 몇 번 반복을 하자 미비하게 짜증까지 냈었다. 정원 한 가운데 있는 분수대라고 하기에는 아주 큰 수조 같고 분수대라 하기에는 깊은 수조 같은 곳, 바닥 밑까지 들어가 몸을 담그고도 편한걸 보면 분명히 인어가 맞았다.
“그게 화날 일이에요?”
“…….”
돌겠네. 가벼운 캐시미어 니트에 슬랙스를 입고 실내화를 끌고 나온 민규가 정원에 서서 머리를 헤집었다.
거대한 인어의 형상을 띈 조각 밑으로 물이 흐르고 땅 밑으로 깊게 파여진 분수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인기척도 없었다. 간혹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듯 공기방울이 야금야금 올라오는게 다였다. 고양잇과 맹수답게 물은 죽어도 싫어 몸을 단련하면서도 수영장 근처에는 가본적 없던 민규였다. 고작 토라진 것 뿐인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며칠간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곤 원우가 전부라서 그런지 인지도 모른다.
민규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났다. 결국 민규가 허리를 숙여 분수대 안을 들여다보았다. 민규가 분수대 안으로 허리를 숙이기가 무섭게 물속에 숨어 있다가 ‘ 팟‘ 하고 고개를 든 원우 탓에 뒷걸음질 치다 결국 바닥에 엉덩이를 찧었다. 덤으로 원우가 일어나면서 일으킨 물보라를 뒤집어 쓰기도 했다.
“미친!”
“푸핫, 흐으흐흐.”
“씹, 장난해요?!”
물 안에서 아가미를 단 듯이 유영하던 원우가 미끄러지듯 물 안에서 걸어 나왔다. 발치에 뚝뚝 고이는 물들이 대리석의 틈사이로 금방 흡수 되어 사라졌다. 물 안에 장시간 있는 사람치고는 유난히 혈색이 맑았다. 원우는 기분이 좋은듯했다. 그에 반해 주저 앉아있는 민규는 당장이라도 얄미운 인어를 무릎에 엎어놓고 엉덩이를 갈길 수 있을 정도로 짜증이 치밀었다.
“왜 자꾸 저택의 주인을 찾아? 나 그거 기분 안 좋아. 안 좋아요.”
그러니까 민규씨가 나빠. 어리광이 베여있는 묘한 말투와 달리 잠겨있는 물처럼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가 민규의 귀에 콕 들어왔다. 원우의 팔목을 쥐었던 민규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나는, 민규씨가. 아, 아니야. 갈게. 나중에 봐. 안녕”
물에 젖은 몸으로 팔랑팔랑 잘도 뛰어간다. 할 말과 행동을 전부 빼앗긴 민규가 뛰어가는 원우의 뒷모습만 멍하니 쳐다보았다. 조금만 시간이 지체되어 원우가 꾸물거렸으면 엎어놓고 엉덩이를 때렸을지도 모른다. 말도 안 되는 체벌을 떠올린 건 묘한 곳에서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어린애 같은 행동 탓이었다. 물에 젖어 상체를 들러붙은 니트를 대충 손으로 눌러 물기를 짜내며 원우가 빨리 자리를 뜬게 다행이라고 생각한 민규였다.
저택의 주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반려 또 한 마찬가지였다. 모든 게 독단적이고 신비로웠다. 이 저택 안에서는 알 수 있는게 없어 민규는 천지의 무뇌아가 된 것 같았다. 겨우 붙잡고 물어본 어린 시녀의 말로는 반려가 될 인어가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하였다고 했다. 여기도 집안의 어른들에 의해 등쌀 밀려 하는 건 마찬가지였던지 인어도 마음의 준비를 가져야한다는 사실에 실소가 나왔다. 자신은 등쌀에 밀렸다는 거 보단 해일에 밀린 꼴이었지만 그거나 도찐개찐이었다.
이 저택에서의 시간은 모든게 느렸다.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 평화롭기만 했다. 원우 덕분에 물을 뒤집어 쓴 민규가 샤워를 마치고 나와 물기가 덜 마른 모습으로 서재 안에 들어왔다. 저택의 수많은 공간중 이 공간이 가장 아늑하고 따뜻했다. 인어의 저택은 민규의 체온유지를 하기에는 서늘했고 서재는 마치 민규의 체온을 아는 듯 뜨겁지도 않으며 서늘하지도 않고 미지근했다.
항상 긴장상태로 있던 몸이 나른하게 늘어진 것은 조금은 낯설기도 했고 편안하기도 했다. 서재의 창가에 걸터앉은 민규의 손에는 인어이야기가 닮긴 표지가 낡은 동화책이 들려있었다. 나른함에 민규의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민규의 손에 들려있던 동화책이 카펫위로 나뒹굴었다.
-
저택에서 이야기할 상대라곤 원우뿐인데 자신을 대놓고 피하고 있었다. 화가 나서 토라진 티를 요란하게도 냈다. 눈이 마주쳤으면 인사라도 건낼것이지 꽁무니 빠지듯 방향을 돌려 눈앞에서 등을 보이고 뛰어가는 꼴이 더 자극적으로 성질을 돋우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저 맹한 인어는 아무것도 모르는듯했다.
땀이 줄줄 흐르도록 대리석 바닥에 미끄러지듯 뜀박질하는 자신이 낯설었지만 하얀 뒷덜미를 잡아채서 바닥에 내리눌러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손 안에 잡히기 전 세 걸음, 두 걸음. 한 걸음
퍽, 하는 제법 둔탁한 소리와 두 사람이 나뒹굴었다. 원우의 허리춤에 올라타 앉은 민규의 한 손이 원우의 목덜미를 잡아 바닥에 내리누르고 있었다. 다행히 푹신한 러그가 깔린 위로 넘어진 터라 몸에 가해진 충격은 없었다.
“아, 아파-”
“그러길래 누가 그렇게 도망가라고 했어요? 맹수 앞에서 등 보이면 이렇게 된다는 것도 몰랐어요?”
선천적으로 긴 송곳니가 사냥본능탓에 입술 밑으로도 길게 빠진걸 모르는 듯 한 민규의 목울대가 크게 일렁였다. 묘한 흥분이었다. 생선같은거 줘도 먹지도 않는데 살점 하나 뜯어먹을 때라고 없는 비쩍 마른 몸뚱이 따위.
“왜 나 피했어요? 아직 화났어요?”
호흡이 아직 바쁜데 민규는 혹시나 원우가 도망갈세라 다급하게 물었다. 아프다는 엄살에 세게 쥐지도 않았지만 얇은 목덜미를 쥔 손아귀에 힘을 더 풀어 그냥 목덜미에 손만 올린 꼴이 되어버렸다. 원우의 눈동자가 더 바쁘게 사방팔방 돌았다. 그러다 자신을 내려다보며 답을 얌전히 기다리는 민규와 눈이 맞닿았다.
“무거워…….”
“….”
장난해요? 자신이 답답함에 발끈하면 세상 미안한척, 또 이런 레퍼토리. 며칠 전에도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간 것 같은데 고단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지만 사실은 여우새끼가 따로 없었다. 민규의 목울대가 그릉거렸다. 위에서 대뜸 들리는 짐승의 울림의 원우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민규가 고개를 푹 숙여 원우의 목덜미 쪽으로 이빨을 세웠다.
“이. 이가 뾰족해. …아파. 아플 것 같아.”
아플 것 같다고 말하는 주제에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처음 만났을 때, 눈동자에 갑작스레 손가락을 가져다 보는 행동처럼 민규가 위에 올라타서 사지를 결박했으니 망정이지 겁도 없이 송곳니를 만져 될게 뻔했다.
“그래요. 아프게 하려고 그러는거에요. 원우씨 괘씸하니까.”
“나 화난거 아닌데. 삐친거에요. 민규씨가 계속 나 말고 다른거 궁금해 하니까.”
“내가 왜 원우씨를 궁금해야 하는데요? 원우씨가 제 반려입니까?”
크게 나무라는 말도 아니었음에도 반려라는 단어 하나에 태연자약하던 나긋한 몸뚱이가 바짝 굳었다. 딱히 면박을 주기위한 말이 아니었다. 묘하게 홍조가 들었던 원우의 뺨이 하얗게 식었다. 민규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변화였다.
뾰족한 송곳니가 하얀 살에 박히기 직전 민규가 고개를 들었다. 밑에서 잔뜩 움츠린 몸이 민규가 비켜나기가 무섭게 몸을 피했다. 일어서더니 등을 보이지 않고 목덜미를 두 손으로 감싸더니 게걸음으로 뒷걸음을 쳤다. 차분한 이목구비가 답지 않게 잔뜩 놀라 어린아이 같았다. 우스꽝스러운 걸음으로 원우가 사라지자 맥이 풀린 민규가 헛웃음을 짓다 이내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다음 날, 두 사람이 전부인 식사자리에서 민규는 웃음 띤 얼굴로 원우에게 전 날의 무례함에 대해 사과를 했다. 사과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원우는 심통이 난 어린아이 같았다. 여태껏 본 원우는 입이 짧은 대신 자주자주 군것질을 했다. 스테이크를 써는 민규의 맞은편에 앉아 보기만 해도 달아 쓴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새모이만큼 포크로 덜어 먹는 중이었다.
“그런데 원우씨는 케이크 한 조각이 식사의 전부?”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원우의 포크질이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먹을려는건지 장난을 치는 건지 생긴 건 이런 손장난이랑은 거리가 멀게 얌전하게 생겨서 하는 짓은 미운 다섯 살이 따로 없다. 하긴 말 수가 많아 조잘거리기 보단 행동이 부산스러워 눈길이 계속 가는 쪽이었으니.
민규가 나이프를 식기의 가장자리에 놓아두고 턱을 괴고 원우를 빤히 쳐다보았다. 정수리가 세삼 동글동글하다. 자세히 보면 귀도 작고 동글고 머리통도 동글다. 민규는 더디게 흘러가는 저택의 시간에 대해 적응을 끝마쳤다. 반려가 나타나지 않아도 저택의 주인이 나오지 않아도 충분했다. 언젠가는 끝날 시간이었어도 제 인생중에 이런 여유 있고 마음 편안한 시간이 언제 다시 주워질지 몰랐다.
“케이크 같은 단것만 먹으면 살쪄요. 살찌면 잡아먹기 좋은거 알아요?”
“어??”
길게 빠진 눈이 위로 동그랗게 변해서 놀란 얼굴로 포크를 내려놓는다. 어느 하나 빠질 구석이 없는 인어라는 최상의 포식자의 혼현을 가지고도 멍청하게 구는게 귀여워보이기 시작했다. 더 말을 했다간 정말 아예 모습을 감출 것만 같아 민규는 얼굴 만연 피었던 미소를 감추었다.
“농담입니다. 농담.”
“진짜 안 먹어? 안 먹어요? 나 ? 맛없어서?”
“그게 아니라. 원우씨가 설령 살이 쪄서 굴러다닌데 해도 원래 사람은 사람을 잡아먹지 않아요. 바보입니까?”
다그친 것이 아닌걸 웃음을 참지 못하는 민규의 얼굴을 보면 알텐데 바보라는 말에 또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인 원우였다. 바보가 그렇게 심한 욕인가 싶기도 하고. 밖에 나가본 적이 별로 없고 홈스쿨링을 통해 필요한 것만 배웠다더니 뭘 배운가 싶었다. 민규가 테이블을 검지로 똑똑 두드리자 소리 난 곳을 향해 원우가 시선을 주었다. 슬금슬금 고개를 들자 민규가 원우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원우씨 같은 사람이 반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원우씨 손도 정말 많이 가고 그러니 지루하지도 않을 테고 자유롭고. 그렇지 않아요?”
딱히 동의를 구하는 말이 아닌 듯 혼자 말을 내뱉고 작게 웃던 민규가 식사를 먼저 끝내고 일어나 자리를 떴다. 민규가 하는 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지 멍 때리던 원우가 습관처럼 포크로 케이크를 퍼서 입에 날랐다. 입을 앙 벌려 작게 케이크를 밀어 넣고 우물우물 거리던 원우의 둥근 귀 끝이 유난히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
“날도 좋은데 오늘은 밖에서 수영안해요?”
“소리가 배탈 났다고 하지 말라고 했어. 소리 화나면 무서워요.”
소리? 누군데요? 그 사람이. 민규가 의아한 듯이 내뱉자 원우가 맥 빠지는 소리를 내며 민규를 물끄러미 쳐다봐왔다. 마치 그 시선이 그것도 모르냐는 힐난 섞인 표정이었다.
“이 저택 안에서 이름을 아는 사람은 원우씨가 전부에요.”
원우씨 밖에 없어요. 그런 식으로 쳐다보지 말죠? 이미 원우의 묘하게 자기중심적인 어린애같은 사고를 파악한 민규는 당황하지 않았다. 원우가 민규의 옆자리에 와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이렇게 넓은 소파에 굳이 몸을 붙이고 앉는 저의를 모르겠다 싶었지만 민규는 굳이 몸을 떼지 않았다. 체온이 높은 자신의 몸에 서늘한 원우의 맨살이 닿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원우씨는 저택의 주인이 언제 돌아올 줄도 모르고 제 반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죠?”
민규가 여상하게 물었다. 그 말에 두 다리를 가슴팍으로 끌어안아 몸을 말고 앉아있던 원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민규를 쳐다보았다. 꼭 반려와 저택의 주인이야기를 할 때면 극렬한 반응을 보였다. 반려와 저택의 주인을 알고 있음에도 감추려니 티가 나는 꼴이었다. 표정은 뚱해도 행동에서 티가 났다. 이쯤 되면 정말 반려가 궁금해서라기 보단 원우의 반응을 보고자 물어보는 수준이었다. 이미 반복된 질문으로 화를 내고 도망다닌적도 있는데 민규도 끈질겼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왜? 왜 물어요? 도망가려고? 갈거에요? “”
뭘 해도 느릿느릿 유순하던 원우가 눈을 모나게 뜨고 민규의 상체 쪽으로 몸을 기울며 물어왔다. 맞다고 하면 한 대 때릴 기세였다. 그 얇디얇은 주먹으로 쳐봤자 타격감이나 있을까 싶었다. 분명 자신보다 한 살이 많다고 들었는데 세상물정 몰라, 현실감각 없어 사람이 순해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민규는 인어의 저택에 덜떨어진 인어의 수발을 위해 볼모로 보내졌다는 게 일리가 있을 법 했다. 민규는 어제 걸려왔던 큰형의 노골적인 이기심이 드러나던 대화내용을 떠올렸다.
[명색이 남편이란 입장으로 간 건데, 임신시켜. 임신벌레라도 박아 넣던지 삼키게 하던지 무조건 임신시켜. 인어는 씨가 귀하니까 막상 배가 불러오면 고맙다고 인어가 다리를 또 여기저기 벌려올거다 아마. 그들도 뻗대봤자 똑같은 반류다. 그 정도 해야 잘 키운 종마로 인정해주지.]
끝까지 민규에 대한 멸시와 인어가문에 선택되지 못한 미세한 열등감이 묻어나는 대화였다. 대화라기 보단 일방적인 명령에 가까운 부탁이었다.
그들의 말을 들을 필요성도 없었고 이미 민규는 출가외인이 되어버린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놓은 학대에 가까운 기억은 오만방자한 그들의 입장을 온전히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느슨하게 풀어져있던 민규의 얼굴이 굳었다. 그런 민규의 표정변화를 지켜보던 원우가 민규가 정말 도망이라도 갈꺼라고 생각했는지 모나게 떴던 눈꼬리에 힘을 풀었다.
“…도망. 도망갈 수 있어요? 원우씨.”
네? 도망가고 싶다고 하면 도망가게 해줄거에요? 응? 쓴 웃음을 띠고 정중하게 묻는 물음은 끝에 가서는 반말이 붙었다. 원우의 팔뚝을 큰 손으로 그러쥔 민규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민규의 눈동자만 빤히 쳐다보던 원우의 눈꼬리가 발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안 돼. 못가. 도망 못 가. 민규씨는 어디도, 아무데도 도망 갈 수 없어요.”
민규의 손 안에서 얇은 팔뚝이 꽉 눌려 아플 법도 한데 아픈 내색 없이 안 된다고 만 말하는 원우가 괜스레 원망스러웠다.
“왜냐하면…, 왜…….”
무언가를 말할 것 같던 원우가 결국 고개를 돌려 민규를 외면했다. 눈앞의 원우에게 아무런 죄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한번 어스름히 빗나가자 날이 선 말을 뱉고 있었다.
“원우씨가 뭔데? 네가 뭔데요? 말이라도 씨발, 갈수 있다고 마음대로 하라고 해야죠. 그래야 맞지. 당신이 나의 뭔데-”
민규의 손 안에 잡힌 원우의 상체가 힘없이 흔들거렸다. 격양된 말투와 힐난에도 고집스럽게도 원우는 끝내 민규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반응이 없는 원우를 내팽개치다 싶이 밀어버린 민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큼성큼 자리를 나서는 민규의 발걸음이 매서웠다. 밀어진채 원우는 소파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는 민규씨의 …….”
작게 읊조린 말은 희미해서 이미 이 공간에서 벗어나버린 민규에게 들릴 일이 없었다.
-
제법 가까워져 장난도 치고 원우의 식사량에 대해 잔소리를 하기도 했던 친밀했던 사이는 얼음처럼 딱딱하게 얼어버렸다. 잔잔한 웃음기가 섞인 말소리가 흘러나왔던 정원과 저택의 내부는 무소음의 진공상태가 되었다.
어디로 증발한 건지 원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민규는 자신이 외로움에 지극히 약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눈길과 손길을 끄는 존재가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않으니 손과 눈과 입이 모두 할 일이 없어졌다. 따지고 보면 원우가 잘못한 일은 하나도 없는데 제 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하고 애먼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 셈이나 다름없었다. 보기라도 해야 사과 한마디 건네고 좋아한다던 마카롱 같은 간식거리라도 선물로 쥐어주는건데.
가슴팍에도 채 못 오는 쫑쫑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어린시녀의 모습에 민규가 눈길을 주었다. 빤히 바라보는 모습에 부담스러울 만도 한데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소리양. 원우씨 어디 갔어요?”
똑같은 질문을 몇 번을 해도 모르는 척하는게 특기인 듯 했다. 귀가 쫑긋하는게 보이는데도 무시하고 제 할 일만 하는 어린 시녀 옆에 서서 벅차게 들고 있던 화분을 한 손으로 빼앗아 들은 민규가 복도의 창틀 난간에 올려주었다.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워 시녀는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부끄러운 듯 볼을 부풀렸다.
“소리양. 원우씨 어디 갔어요? 나 이 질문만 몇 번째 인지 알아요?”
어린 소녀라 다정하게 꾸민 목소리가 스스로 듣기에도 소름이 돋았다. 인형 같던 어린 시녀는 조금 고민하더니 민규가 궁금하던 원우의 행방이 아닌 민규가 그렇게 알고 싶어 원우에게 묻던 질문의 답을 해주었다.
“오늘 반려님이 오실거에요. 민규님 오늘 할 일이 많아요. 몸단장부터 하셔야해요.”
“아 ….”
반려. 잊고 있었다. 이런 생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을거란걸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익숙해진 자신이 낯설었다. 민규가 더 이상 말이 없자 어린 시녀가 민규를 올려다보며 표정을 살폈다.
“아 미안해요. 원래 이렇게 갑작스러운 건가요?”
“어쩔 수 없어요. 반려님의 마음이 저희 입장 쪽에선 최우선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린 시녀가 고개를 조아렸다. 거기다 대고 행패를 부릴 생각은 쌀알만큼도 없었다. 어차피 세부 계약서안에 조정된 사항이었다. 그러한 결혼이자 결합이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고 목적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인어의 저택에서 가장 처음 접한 사람이 원우라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것들로 다투고,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원우를 말리느라 진을 빼고. 별 다른 일 없어도 체온을 그리워하는 어린 짐승마냥 살을 맞대고 있으려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 몸을 붙여오는 모양새라던지, 말로 하지 않았음에도 원우의 눈동자에 담긴 가득한 호의가 반짝거릴 때면 세삼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던지. 전부 일시적인 호사였던 것이다. 그제야 마지막에 자신의 다그침에 잔뜩 풀이 죽어 곧게 뻗은 어깨가 축 쳐졌던 힘없던 원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사도 못했는데.”
‘원우씨는 다시 오지 않는 건가요? 이곳으로.’
반려님이 오신다고 맞이할 준비에 들떠 신방 이야기를 조잘거리는 어린 시녀의 앞으로 원우의 행방을 찾는 질문을 하기에는 염치가 없었다. 민규는 속으로 질문은 삼켰다. 애초에 원우는 이곳의 주인도 아니었고 자신의 반려도 아니었으니 잠시 머물다가는 객일 것이다.
원우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없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짧은 인연이었다. 보기 힘든 일족의 사람이니 언제 우연처럼 만날지 조차 의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결혼이란 제도에 인어일족에 묶이게 된 것이었다. 이 저택에 살다보면 원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같이 있으면 즐겁고 편안하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고, 친구라고 부를 사람은 곁에 두지 않았지만 만약 있다면 그게 원우가 될 것이다. 민규는 원우가 자신에게 아주 좋은 친구, 우정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불긋케 상기된 뺨으로 어린 시녀가 민규를 재촉을 했다. 할 일이 많다며 민규의 손을 잡아끌었다. 시녀가 손을 잡아끄는 행동은 무례했으나 민규는 시종에게 대우를 받아본적이 별로 없었고 어린 시녀 또 한 원우의 밑에 있었기 때문에 무례한 행동이라고 인지를 하지 못했다. 겉모습만보면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남매 같았다. 같이 나선형 계단을 발맞춰 올라가던 민규는 어린 시녀의 짧은 걸음에 보폭을 맞춰주었다. 계단을 올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가장 끝 층으로 향했다.
햇빛이 전면 투과되는 온화한 저택 분위기와 달리 마지막 층에 다 다를수록 물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차분한 물소리와 달리 마음은 부풀기 시작했다. 저택 안에서 만난 원우에게 좋은 감정이 큰 만큼 반려에 대한 기대감도 생겼다. 정말 쓸데없는 감정인데도 조금은 두근거렸다. 어린 시녀와 맞잡은 손안에 땀이 찼다. 시녀가 걷다말고 민규를 올려다보며 긴장한 것을 알기라도 안 듯 웃어주었다. 웃는 얼굴이 앳되어서 되레 마음이 놓였다.
“긴장해요? 민규님?”
“워낙 사람들이 말이죠. 세간에는 제가 인어의 밥이 되러 가는 줄 알더군요.”
“풋, 정말요?”
어린 시녀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작은 손으로 민규의 손가락을 꽉 잡으며 웃음기 베인 얼굴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전설에서는 그랬죠. 천상의 소리로 사람들을 홀려 바다에 빠지게 해 그들의 정신과 육신을 취했다고. 한 때 ‘세이렌’이라고 불렸었죠.”
마치 2회차 인생같이 통달한 듯 내려오는 옛 이야기를 말하는 어린 시녀의 얼굴은 덤덤했다.
“전설은 대부분이 인어를 두려워한 원인들과 반류가 만든 허구지만 단 한 가지 제대로 서술된 건 인어의 노래는 진주보다 고귀하고 아름답다는거에요. 그 중 민규님의 반려가 되실 분의 노래는 정말 아름다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요. 정말이에요.”
마치 자신의 금쪽같은 피붙이를 자랑하는 듯 한 시녀의 얼굴이 뿌듯해보였다. 과연 그 귀하다는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키보다 훌쩍 큰 높은 문 안으로 몸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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